많은 반려견 보호자들이 한 번쯤 경험했을 현상이 있습니다. 강아지가 여자 보호자에게는 애교를 부리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반면, 남자 보호자에게는 경계하거나 심지어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강아지의 성격 차이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현상입니다. 설채현 수의사가 제시한 연구 결과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강아지들이 남성보다 여성을 선호하는 생물학적, 행동학적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음성톤이 만드는 친밀감의 차이
강아지가 여성을 더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목소리의 톤입니다. 남성의 목소리는 일반적으로 낮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는 반면, 여성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아지의 본능적인 해석 체계에서 높은 음은 '나에게 가까이 오라'는 신호이며, 낮은 음은 '나에게서 멀어지라'는 신호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의 선조인 늑대의 소통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늑대들이 내는 하울링은 무리를 불러 모으는 높은 음의 소리입니다. 반대로 그롤링이라 불리는 으르렁거리는 낮은 음은 경고와 위협의 신호입니다. 강아지들이 낑낑거리며 내는 와이닝 역시 높은 음역대의 소리로, 관심과 보살핌을 요청하는 신호입니다. 따라서 여성의 목소리는 본능적으로 강아지에게 친근함과 안전함을 전달하는 반면, 남성의 낮은 목소리는 무의식적으로 경계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헝가리의 동물 행동학 연구팀이 FMRI를 통해 강아지의 뇌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남성의 목소리보다 여성의 조금 과장되고 톤이 높은 목소리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학적 차원의 반응입니다. 미국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설채현 수의사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의도적으로 높은 톤의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굿보이", "굿걸"과 같은 칭찬 단어를 높은 톤으로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강아지와의 소통이 훨씬 원활해졌다는 것입니다. 남성 보호자들이 강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목소리 톤을 조금 높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의 화학적 영향
강아지가 여성을 선호하는 두 번째 이유는 후각 및 냄새 신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화학적 영향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15년 일본에서 발표된 "옥시토신 파지티브 루프" 논문은 동물 행동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과 강아지가 서로를 쳐다보기만 해도 양쪽 모두에게서 옥시토신이라는 사랑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보호자가 귀엽고 예쁜 강아지를 쳐다보거나 쓰다듬으면 보호자에게서 옥시토신이 나오고, 강아지도 이 냄새를 맡으면서 자신에게서도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옥시토신을 더 많이 분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 보호자와 상호작용할 때 강아지는 더 많은 옥시토신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더 강한 애착과 사랑의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옥시토신은 자신의 무리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무리가 아닌 외부인에 대해서는 더 배타적이고 공격적으로 만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행동학에서도 입증된 현상입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여자 보호자와는 너무 친하게 지내지만 남자 보호자가 다가오면 공격하려 하거나 엄마를 지키려는 강아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여성 보호자와의 옥시토신 파지티브 루프가 너무 강하게 작동하여, 남성 보호자를 '우리 편'이 아닌 외부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의 냄새는 강아지들에게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체격이 장대하고 근육이 발달하며 손이 두꺼운 남성들, 즉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들을 강아지가 더 무서워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고양이들도 호랑이 똥 냄새를 맡으면 무서워서 도망가듯이, 강아지들도 강한 남성 호르몬 냄새에 본능적인 경계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회화 시기의 경험이 평생을 좌우한다
강아지가 여성을 더 편하게 느끼는 세 번째 이유는 사회화와 신체 크기입니다. 강아지들에게는 생후 2개월에서 4~5개월까지의 사회화 골든 피리어드라는 중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이 시기에 긍정적으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는 평생 불안해하지 않고 괜찮다고 인식하지만, 이 시기에 경험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으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서는 무섭거나 나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진화적 메커니즘입니다.
통계적으로 강아지를 키우는 주 양육자는 대부분 여성입니다. 설채현 수의사의 팔로워 중 80%가 여성이며, 동물병원 내원객의 80~90%도 여성 보호자입니다. 따라서 사회화 골든 피리어드에 강아지들은 주로 여성과 시간을 보내고 긍정적인 경험을 쌓게 됩니다. 만약 이 중요한 시기에 남성과의 접촉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성견이 되어 남성을 만났을 때 '처음 보는 존재'로 인식하며 불안감과 경계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신체 크기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모든 동물은 자신보다 훨씬 큰 대상을 본능적으로 경계합니다. 사람도 처음 보는 코끼리나 기린 앞에서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작은 동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불안해합니다. 강아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성은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체구가 크기 때문에, 강아지 입장에서는 더 위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동물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들도 큰 체구의 남성 어른보다는 여성 어른을 더 편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채현 수의사의 조카도 어렸을 때는 삼촌보다 이모를 훨씬 편하게 대했으며, 나이가 들면서 점차 삼촌과도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성 보호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아지와 재미있는 놀이와 긍정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좋아했던 이유가 재미있게 놀아주셨기 때문이듯, 강아지도 남성 보호자가 즐거운 놀이를 제공하면 '재미있게 놀아주는 우리 편'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여성 보호자만 좋아하고 남성 보호자를 밀어내는 경우, 혼을 내면 오히려 관계가 악화됩니다. 대신 꾸준한 놀이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경험하는 강아지의 성별 선호 현상은 기분 탓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있는 현상입니다. 음성톤, 호르몬, 사회화 경험, 신체 크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강아지들은 본능적으로 여성에게 더 친근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는 변하지 않는 절대적 법칙이 아닙니다. 남성 보호자들이 의도적으로 높은 톤의 목소리를 사용하고, 꾸준히 재미있는 놀이와 긍정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면 강아지와의 관계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습니다. 서운해하지 말고,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한다면 강아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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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s45bFGv7GYM